1980년대/미스터 시비(完)

천의무봉(天衣無縫) 미스터 시비, 터프의 위대한 연출가여 6

내맘가는대로 2023. 3. 29. 23:59

최초의 3관마인 세인트 라이트도

'최강의 전사'라 불리던 신잔도

그 미스터 시비도 3관을 이루기 전에 패배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세인트 라이트, 신잔은 3번, 시비는 2번 패함.)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최초의 무패 3관마 심볼리 루돌프의 존재는 유독 남달라보였을 것이다.

 

그런 루돌프가 시비가 출주하기로 했던 재팬컵에 참전하기로 결정하여

일본경마 역사상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3관마 대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나 루돌프는 국화상 이후 2주만의 참전이라 꽤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그리고 찾아온 1125일 도쿄 2400m 재팬컵(G1)

재팬컵이 창설된 이후로 3번의 경기동안 모두 외국말들이 우승해

일본 측에서는 3관마 두 마리의 출주로 이번에 드디어 일본마가 우승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1번 인기는 천황상에서 자신의 부활을 알린 4관마 1번 미스터 시비

2번 인기는 1984년 6전 5승 2착 1회에 4연승을 달리고 있던 영국마 베드 타임

3번 인기 G1 5승, 1984년에 G1만 3개를 따낸 미국마 마제스티스 프린스

컨디션이 좋지 않던 루돌프는 4번 인기였다.

그리고 10번 인기에서 에이스가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기는 건 미스터 시비인가, 루돌프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더 외국마인가

우승은 놀랍게도 3관마도, 외국마도 아닌 10번 인기 카츠라기 에이스였다.

 

루돌프는 3, 그리고 1번 인기 미스터 시비는 10이었다.

 

재팬컵 이후 요시나가 기수의 인터뷰에서

"시비가 투쟁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시비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어 선행책을 썼어야했는데

또 뒤에서 기다리는 전법을 사용했다다며 자신의 기승 미스를 인정했다.

 

또한 시비가 가을 복귀 이후 움직임이 나빠지고 있어

클래식 때에는 고삐를 잠깐 움직이기만해도 알아서 달려갔던 시비가, 고삐를 움직여도 잘 안 움직였다고 했다.

 

그리고 재팬컵 이후 시비의 발굽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굽 바닥에 계속 피멍울이 생기고, 치료하면 다시 생기고,

이런 생활이 은퇴 때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찾아온 연말의 아리마기념(G1)

1223일 나카야마 2500m

1번 인기 무패가 깨진 3관마 4번 심볼리 루돌프

2번 인기는 재팬컵에서 침몰했던 3관마 2번 미스터 시비

3번 인기는 초대 일본총대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9번 카츠라기 에이스

 

시비는 인기는 2번이었지만 팬투표 순위로는 1위였다.

시비의 달리기를 다시 보고 싶다

 

아리마에서 요시나가 기수는 마츠야마 조교사에게

"마군에 들어가서 싸워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과는 3

마지막 1000m에서 스퍼트를 걸려했으나 앞이 가로막혀 스퍼트가 늦어 제대로 제친 것은 단 2

루돌프와 카츠라기를 끝까지 쫓지 못하고 그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1985

'타도 루돌프'를 목표로 시비 진영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비가 다시 부활하길 바랬지만 한 번 떨어진 컨디션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오사카배(G2) 2

천황상()(G1) 5

 

이후 다리 불안으로 휴양을 보내다가 하코다테 경마장에서 조정 중에 골막염이 발병해 은퇴하기로 한다.

 

종마 성적도 3관마의 명성에 걸맞는 후손은 나오지 않았다.

G2, G3같은 중상마는 꽤 배출했지만 G1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종마생활 은퇴 이후 공로마로서 어머니인 시비 퀸과 같은 방목지에서 생활했다.

아쉽게도 시비 퀸을 엄마라고는 인식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그리고 2000121520세의 나이에 아버지 토쇼 보이와 같이 제엽염으로 인해 당근별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시비가 3관을 이룬 1983년으로부터 22년 후 시비처럼 체구도 작고 발굽이 약한 말이 있었다.

 

딥 임팩트

 

그러나 이 말이 있던 시대와 미스터 시비가 있던 시대는 달랐다.

딥은 약한 발굽을 접착식 편자라는 새로 개발된 편자로 자신의 발굽 문제를 보완했다.

 

최강마에게도 약점은 있으나 그럼에도 경마의 금구인 "~라면""~했다면"을 말해본다.

만약, 미스터 시비의 시대에 접착식 편자가 있었다면....

그랬더라면 시비의 역사는, 경마의 역사는 더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초 1대 아이돌호스 하이세이코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TTG가 등장했다.

그리고 미스터 시비의 아름다운 달리기가 사람들을 다시 경마장으로 이끌었다.

 

JRA 히어로 열전 No.14

터프의 위대한 연출가여.

 

그 위대한 경마 서사시는,

 

봄의 나카야마에서 시작되었다.

 

1

 

, 떨어지는 봄의 나카야마, 사츠키상.

불량 마장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진흙탕을 박차며,

마군을 가르고 선두에 섰다.

비길 데 없는 강함의 편린.

격렬하고, 장렬한 프롤로그이다.

 

2

 

녹색, 선명한 초여름의 후추, 일본 더비.

흥분한 것인가, 아니면 여유인가.

뒤늦게 출발한 너는, 줄곧 후위에서 레이스를 이어간다.

하지만, 4코너를 돌며, 너의 말각이 폭발한다.

직선일기(直線一気), 터프를 가르는 엄청난 추입.

남다른 강함의 증명이었다.

 

3

 

부드러운 햇살이 비치는 가을의 요도, 킷카상.

여름을 넘어선, 너의 몸에는 한층 더 강한 힘이 넘쳤다.

레이스가 3코너에 이르렀을 때,

이 극은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너는, 언덕의 선두에 서는 금기를 범한 것이다.

아차,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다른 이를 힘으로 굴복시켰다.

마치, 조연이 없는, 연출주역의 1인 독무대.

 

4

 

경마 사상 세 번째 삼관마, 미스터 시비.

네가, 터프에서 그 웅장한 모습을 보이는 한

이 영웅의 서사시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