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미스터 시비(完)

천의무봉(天衣無縫) 미스터 시비, 터프의 위대한 연출가여 5

내맘가는대로 2023. 3. 28. 23:10

국화상에서 시간이 흘러 1984년
1984년에 그레이드 제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났다.
이전엔 조건전, 오픈, 중상, 팔대경주였던 구 제도에서 중상과 팔대경주를
그레이드, 즉 G1, G2, G3로 레이스의 등급을 다시 나누었다.
즉, 시비는 마지막 팔대경주 클래식 우승마이자 마지막 팔대경주 3관마였던 셈이었다.
 
시비는 원래 아메리칸JCC(G2)에 출주하려 했다.
그러나 이 AJCC 경주 당일에 눈이 많이 온다는 기상예측으로 레이스 자체를 더트로 변경하여
더트 적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비는 출주 회피를 결정했다.
 
그리고 나카야마 기념(G2)에 출주하려 했으나
발굽 문제가 악화되어 결국 이 경기도 출주 회피를 결정해 봄을 날리고 말았다.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복귀전을 정했다.
10월 7일 도쿄 1800m 마이니치 왕관(G2)
1번 인기는 지방에서 12전 8승, 그 중 미나미칸토경마에서 3관을 달성하고 도쿄대상전까지 우승한 4관마 산 오이
2번 인기는 돌아온 3관마 미스터 시비
3번 인기는 오사카배(G2)-케이한배(G3)-타카라즈카 기념(G1)에서 각각 승리해 3연승을 거두었으나
섣부른 판단으로 타카마츠노미야배(G2)에 출주해 5착을 기록하며 자신의 성적에 스크래치를 남긴 카츠라기 에이스
 
거의 1년만의 경기라 시비는 10경기만에 처음으로 1번 인기를 받지 못했다.
 
결과는 카츠라기 에이스가 시비를 머리 차로 꺾으며 승리!
카츠라기가 작년의 교토 신문배에 이어 시비를 상대로 2번째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시비의 마지막 3펄롱 타임은 약 33.7초로 당시 평균이었던 35~37초대를 가볍게 넘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에도 마지막 3펄롱 평균은 34~36초대인 엄청나게 마장고속화가 이루어진 현대에 와서야 3펄롱 평균이 33~35초로 그가 얼마나 빠르게 올라온 건지 알 수 있었다.
(3펄롱타임이란 골인 지점으로부터 약 600m 떨어진 지점부터 달린 시간으로, 이 시간을 이른바 라스트 스퍼트, 뒷심이라고도 부른다.)
 
그래도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 시비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올해 그레이드 제도의 개편과 함께 3200m에서 2000m로 짧아진 천황상(가을)(G1)
10월 28일의 도쿄 경마장이었다.
13번 시비는 마이니치 왕관 때 보여주었던 폭발적인 뒷심때문에 단승 1.7라는 압도적인 1번 인기를 받았다.
2번 인기는 마이니치 왕관을 이긴 7번 카츠라기 에이스
3번 인기는 마이니치 왕관에서 3착을 기록한 2번 산 오이
 
제도 재편 후 처음 가을의 방패를 가져가기 위해 15두가 게이트를 달려나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TtucJ3YG4
 
시비는 역시 후방에 위치했다.
그리고 3코너에서 점점 스퍼트를 걸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점점 돌아오며 선두와 약 20마신 정도 차이났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직선, 시비는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말들도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시비의 뒷심엔 미치지 못했다.

https://jra-van.jp/fun/memorial/img/horses/s_1973103651.jpg

결국 시비가 1착으로 골인!
2착과 반마신차로 승리하며 신잔 이후 19년만에 4관마가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1분 59.3초는 도쿄 2000m 코스 레코드 달성이자 2000m 개편 이후 첫 대회였기 때문에 천황상(가을) 레코드도 기록.
거기다 1번 인기가 또 승리하며 천황상(가을) 19회 연속 1번 인기가 우승하는 쾌거를 이룬다.
 
그러나 시비의 발굽은 계속 부서져가고 있었다.
 
한편, 도쿄에서 시비가 승리한 후 일주일 뒤에
교토에서 사상 최초의 무패 3관마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말은 시비와는 완전히 달랐다.
‘명수’ 오카베 유키오와 함께 안정적인, 그러면서 압도적인 달리기를 하는 말
심볼리 루돌프가 나타났다.